안경사의 어느날...

by 나올로 posted Jan 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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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정말 화창한 날씨였다. 


조금 더 빨리나와서 산책하다 출근할걸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날씨가 끝내줬다.


오늘은 부장님 두분과 셋이서 근무하는 날!!!


아무래도 2명보단 3명이 즐겁지ㅎㅎㅎ


아침 청소.여벌렌즈 주문.rx완성 건 연락 등 업무 마치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먹고도 손님이 안오길래 안경테를 닦았다. 물론 나 혼자서. 


성훈부장님은 취침모드..... 지훈 부장님은 핸드폰만 뚜러지라 쳐다본다. (가끔 야한 사진도 보곤한다.)


2시..3시...4시...


취침모드인 부장님도 더 이상 잠이 안오나보다. 매장 앞에 나가서 두리번 두리번 거린다.


5시가 되었다. 때마침 40대 여성 손님이 들어왔다. 초짜인 내가 봐도 돈이 좀있어 보였다.


항상 고가 손님만 오면 자기가 받던 지훈 부장이 잽싸게 인터셉트했다.


사장님이 받던 기존 고객이였던것 같다. 


AR만 찍은뒤, 시력 차이 없다고 바로 테 초이스에 들어갔다. 


고객님이 현재 쓰고있는것은 올리브 피플스 릴리아니면 와일리였던것 같다.


지훈 부장이 새로들어온 프라다 신상테를 권한다.


오 손님이 마음에 들어한다. `역시 부장님은 경력자라 그런지 테를 골라주는 센스가 좋네...` 생각했다.


단숨에 테를 고르고, 호야 FD 1.60을 노련하게 설명해주고 최종 가격 흥정을 들어갔따.


지훈부장이 선심 써주는척 토탈 40만원을 불렀다. 


사모님께서 `에이 나 여기 단골이야. 사장님이랑도 친하고 십년 넘게와썽 왜 이랭~~~~` 


소름끼치게 귀여운 말투를 시전하였다....


옆에서 보는데 지훈부장이 그 애교에 녹았다. 눈과 입에서 미소가 사라 지지않는다....


갑자기 지훈부장님 표정이 싹 바뀌었다. 단호히 가격 흥정 거절이나, 깔끔하게 매듭을 지으려는 표정이다.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매장이 싸늘하고, 고요해졌다...


역시, 베테랑 부장님의 포스는 대단했다.


부장님이 입을열었다. `사모님! 그러면 안되는데, 35만원 까지 현금으로 해주세요. 더 이상 안됩니다.`


사모님 표정을 보았다. 뭔가 당황해보인다. 사모님도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ㅎㅎ내가 많이 소개시켜줄께. 좀만 기달려 바로 돈 뽑아 올테니깐`


사모님이 나간뒤 지훈 부장이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러 간다. 난 그사이 어지럽혀 놓은 테정리.뒷정리를 한다.


지훈부장이 들어왔다.  턱이 한층 하늘로 치 솟았다. 성훈 부장님이 한 말씀하신다.


성훈부장:`지훈 부장님 마진 괜찮나?`


지훈부장:`뭐 마진은 좋지 않아도, 물건 회전율이 중요하죠.


성훈부장:`그런가? 허허 며칠전 새로 초이스한 신상인데....흠....


성훈 부장이 말을 아끼는 것 같다.


그후로 몇팀 더오고 일매출 100만원정도 나왔다.


그 사모님이 다녀간뒤 두 부장님 대화가 단절? 된 느낌이였다. 덕분에 나도 구석에 찌그러져있었다.


매장 문 닫기 직전 사장님이 오셨다. 


매출을 보니 흡쪽해 하셨던것 같다.


사장님이 차트 하나하나를 대충 보기 시작했다.  열심히 마우스를 돌리던중 한차트에서 멈췄다.


궁금해서 뒤에서 몰래 봤다.


역시, 오늘 그나마 고가로 나간 지훈부장님의 프라다+FD1.60 차트를 보고있었다.


걍 서있기 뻘쭘해서, 이곳저곳 정리하면서 사장님 들어가기를 기다렸다.


그러던와중 사장님 표정을 보았다. 초점이 없어졌다. 넋이 나간 모습?.? 정말 깊은 한숨을 내쉰다...


분위기가 좋지않다. 일매출 백만원 달성했는데, 사장님 표정이 똥 밟은 표정이었다.


부장님들 얼굴을 봤다. 지훈부장은 고개를 푹 쳐박고 애꿎은 수동옥습기를 만지작 거린다. 


성훈 부장은 뭔가 초조해 보인다....


사장님이 일어났다. 뚜벅~뚜벅~ 어디 아픈사람처럼 힘 없이 매장문을 열고 나간다.


그뒤 부장님들에게 인사드리고, 함께 문 닫고 퇴근했다.


오늘 장사도 나쁘지 않게 되었는데, 뭔가가 찝찝하다. 사장님이 어디 아프신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집에서 치킨에 소맥이나 먹아야지


룰루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