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7 20:39

진상의 법칙

(*.124.96.43) 조회 수 1194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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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 말라'는 법언이 있다.

이는 열 명의 진상을 내보내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고객을 만들지 말라는 뜻과 통한다.


매장 문을 직접 열고 들어 온 고객을 섣불리 진상취급 해선 안되는 이유는

우리의 뇌가 좋지 않은 경험이 쌓이다보면 확증편향적인 선입견을 갖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손님이 내 입맛에 맞을 수는 없다.

그렇다하여 모든 손님의 입맛을 필요 이상으로 맞춰줄 필요는 없다.


다양한 사람들을 일당 백으로 상대해야 하는 안경사 입장에서

변화무쌍한 외부환경에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는 카멜레온급 스킬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흔들리지 않는 매장의 대들보, 즉 자신만의 확고한 '레시피'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상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롱런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위에 거론한 이야기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아~릿쓔~'


니기미..

진정한 진상은 숨결부터 진상이다.


눈빛,말투,몸짓,표정,태도,씀씀이까지...

손님으로 대해줄 수 있는 커트라인을 넘어서는 순간부턴

매장에 들어온 객체는 더이상 고객이 아닌

내가 잡은 톰슨가젤을 호시탐탐 노리는 하이에나와 같다.


긴장의 끈을 늦추는 순간 뒷덜미를 물려

3박4일간의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으니

항시 조심해야 한다.


심지어 매대안의 안경테도 진상을 알아본다.


안경테가 말을 한다.

'형~ 내가 이제 떠날 때가 됐어'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하지만  어쩌다 운좋게 진상이 썩다리에 꽂혀 악성재고라도 빼주나 싶으면..

여지없이 안경테 어딘가에 도금이 살짝 벗겨져있거나

나사가 굳어 체중을 실어 드라이버를 돌리다가 십자선이 함몰되거나

새테를 주문하면 딱 고놈만 재고가 없거나..ㅠㅠ


주문렌즈도 착색이 그날따라 별라 진하게 나오거나

도수도 약간 안맞거나

작업 하다가 난시축이 십축씩 돌아버리거나..


하여간 진상에겐 머피의 법칙이 작용한다.


그 외에도..

짜장을 시키거나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거나

모처럼 고가 손님과 심도 있는 대화를 하고 있으면 하필 그때 들어와서 오지랖을 떨거나

몇만원에도 식은땀 흘리면서 쌩뚱맞게 수입테를 찾거나..


안경이 많이 남네,

안경은 하루에 하나만 팔아도 되네,

예전에는 안경테를 근으로 떠서 팔았네,

썬그라스는 카잘이 최고네,

다초점은 어지러워서 못쓰네

친척이 어디어디 도매를 했네...


그때마다..

오히려 더 과장된 허구로 한술 더떠 빽스텝으로 돌려때리기를 해주지만..

이젠 일련의 요식행위조차 식상함으로 돌아올 뿐..


뭐랄까.

지나가는 이들이 먹이를 주며 관심을 보여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꿈뻑꿈뻑 졸면서 먼 산만 바라보는

연식 지긋한 백구가 된 느낌이랄까..


그러고보니 재난지원금 풀리는 동안

진상들이 오지 않았다.


오늘은 넘나..조용하구나..


목,금,토 남은 3일..

다들 대박나시라..

?
  • 진상은자기가진상인줄모름 2020.05.27 21:47 (*.222.20.99)
    아침 첫손님과 끝손님 조심해야 함
    오늘 하루 망치거나,내일 하루 조질 수 있음
  • 낭만개새끼 2020.05.28 08:07 (*.184.13.31)
    글은 이래야지 글 잘 쓰시네요
  • ㄴㄹ 2020.05.28 11:26 (*.41.49.165)
    너무 인정하는 부분
  • 슬픈안경 2020.05.28 17:02 (*.101.136.114)

    작가하셔도 되겠네 ㅎㅎㅎ

  • 라때는말이야 2020.05.29 11:10 (*.128.100.2)
    형 글 재밌어요! 많이파세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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