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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린다.

호랑이한테 물린 것도 아닌데 날카로운 송곳니에 물린 듯 

몸구석 이곳저곳이 아프고 쓰리다.


물린다.

밥먹고 살기 위해 이골이 나도록 해왔던 일이 물리니, 

이젠 목구멍으로 밥을 넘기는 일 조차 물린다.


물린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간의 삶을 지탱해왔던 나의 업을 물리고 또 물리고 싶다.


.........



어둡고 조용한 거리를 가득 채운 건 

외롭게 늘어 선 점포들의 불빛과 최신식 엘이디 가로등 뿐

차도 사람도 가끔 좌우를 살피며 차도를 능숙하게 건너던 길냥이도 보이질 않는다.


어둠이 깊을 수록 빛이 밝아진다는 말은 거짓된 표현 같다.

자동차 라이트와 경적소리, 오고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마찰과 소음이 있어야

밞음도 밝음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밀려온다. 


점포를 지키는 인근 상인들의 낯빛이 겨울밤보다 어둡다.

도로를 비추는 인적 없는 밝음에.. 

낯선 소름이 끼친다.


........


미용실을 갔더니 컷트비가 올랐다.

중국집에 갔더니 짜장면 값이 올랐다.

치킨을 시켰더니 치킨 값도 올랐다.


어느 한 집이 가격을 올리면 다른 곳도 함께 가격을 올린다.

그렇듯 시장은 담합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시대가 정하는 시세를 따른다.


반면 시세와 관계없이 가격이 유일하게 우하향하는 업종이 하나 있다.

서로 싸게 못줘 안달난 듯 저마진과 노마진을 넘어 역마진을 향한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말도 옛말이다.

손님 뺏어 앞으로 밑지고 뒤로 남기겠다는 

천박하고 음흉한 역발상이 너무나 눈물겹다.


........


십년 전에도 이십년 전에도 성공하는 또라이들은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누가 뭐라해도 가격이었다.


정직한 가격조차 나쁜 가격으로 만들어 버리는 미친 가격.

그때나 지금이나 가격으로 시장을 조지는 인간들은 있어왔지만

그래도 그때는 지금처럼 동시다발적이거나 조직적이지는 않았다. 

 

소비자를 유혹하는 착한 가격.

정말 착한 것일까.


살을 버리고 뼈를 취하겠다는 전략인 듯하니 억지로라도 그 가증스러움을 이해해보려 노력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눈알을 굴려봐도 재수없게 착한 척 하는 착한가격의 비위상함을 피할 길이 없다. 


착함에는 언제나 희생이 따르고, 

희생은 함께 나눠야 서로 가벼워진다.

하지만 우리네 착함은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 당한다.


.........


원데이 40%할인..

정상적인 유통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다.

본사보다 더 저렴한 도도매까지.. 왜 우리네 시장은 이리 기형적일까.


소비자로부터 얻는 소매 마진은 박약하거나 거의 없는데 

소매들에게 얻어가는 공급자들의 마진은 변함없으니...

이런 앵벌이보다 못한 노예들이 어디있을까.


인근 안경원이 얼마전부터 현수막을 걸었다.

동글이 2만원, 티타늄안경 4만9천원, 다초점 5만원...

그것도 렌즈포함..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한두군데서 하는 짓도 아니니 새삼 놀랄 일도 아니지만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하는거 보니 역시 매장이 여러개라 전략도 투트랙으로 쓰는가 싶었다.


글쎄...

예전 같았으면 화도 나고 대응책도 세우고 했으리라..


코로나 이후 대다수의 자영업이 망가지고 

우리 역시 그 화살을 피할 수 없으니 오죽하면 저럴까 싶다가도 

그래도 업계에서 나름 먹고 살만한 사람이 이런 엉망진창의 시국에 

동네장사하면서 저렇게 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에..

나보다 삶에 대한 에너지가 강한 사람인가 보다 하고 머리를 가볍게 정리했지만..


가뜩이나 나름 단골 많은 오래된 매장도 빈 손으로 들어가 식솔들 보면서 한숨 쉬는 날이 부지기수인데

인근 매장의 불편한 현수막이 걸린 뒤로 장사가 더 안되는 것 같으니 

사즉생의 마음으로 평생 감춰왔던 파멸적인 실력(?)을 보여줄까 싶다가도...


이미 차가워진 뇌에 노여움까지 품어야 한다는 씁쓸함과 

설렘을 품고 배우고 오픈했던 지난 날들이 함께 오버랩되니..

직업적 회의감과 부끄러움까지 한 데 섞여 이상하고도 번잡한 슬픔이 밀려와

나도 모르게 안구에 습기가 고여버렸다.


20년전에도 공식적으로 책정한 조제가공비가 3만원이 넘었었는데...

물가 따지면... 아이고야...


이 소식을 전해들은 동기들이 협회나 구청에 신고하라는데...

누가 시비건다고 반장이나 담임선생한테 고자질하는 것이 과연 정의일까 하는 

고상 염병한 생각도 들고..ㅋㅋ


그냥 렛잇비 하기로 했다.


진짜.. 

떠날 때가 온건가...


주식도 하한가 안경도 하한가.. 


'하한가 하한가~ 신나는 노래~~~

나도 한 번 뒈져본다~~~ 

우후~~~


이런 씨밸~ㅋ


............



끝.

?
  • ㅂㅂ 2021.12.16 21:32 (*.38.27.119)
    각자도생임
    싸게팔아서 안남아서 직원월급도 못줄정도되면 알아서 망하게 되있음
    머리도 아무리 싸게 받아도 마음에 안들면 다신 안감
    치킨도 아무리 싸다해도 맛없으면 다신 안시켜먹음
    짜장면도 마찬가지임

    그들도 처음에는 박리다매로 싸게 시작했지만
    머리 치킨 짜장면 가격싼곳은 다 망했음 맛없고 머리 못깍아서

    안경도 마찬가지임 싸게 판매하는곳들 실력없으면
    손님 다신 안가게 되있음

    남탓하지말고 본인 실력 길러서 아무리 비싸도 단골들넘치게 만들면 됩니다
  • 123 2021.12.17 11:26 (*.201.73.243)
    인정 으똥이 있거나 말거나 손님이 전화와서 찾아와주시네요
  • 하루한끼 2021.12.17 13:52 (*.124.96.43)
    예나 지금이나 각자도생이었죠.
    다만 각자도생의 수단이 해가 갈수록 저열해지고,
    결국 우리가 혐오하던 대상이 독버섯처럼 번져
    정상적인 매장마저 그분들을 따라가 시장의 주를 이루는...

    덕분에 우리 업종의 백혈구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조금 우울한 마음에 몇자 적어봤네요.

    옷이든 신발이든 저가부터 초고가까지 가격의 다양성을 모르진않지만
    '안경'이란 재화의 최소 가치가 얼마일까 하는 생각 등등..

    맞아요.
    누가 누굴 탓하겠습니까.
    매너리즘에 빠져 고인물이 된 저의 문제가 당연히 먼저겠지요.
  • 지메 2021.12.17 05:42 (*.149.40.227)
    지메 씨발 협회만 제대로 했어도 이지경까지 안됐지
    오죽했으면
    안경사분이 이렇게 시처럼 긴글을썼겠냐
    안타깝다 나도 이번주 이런 마음이었다
    지메 협회 임원이 저가형 하고 있고 이러니 이런 사단이 나지
    안그냐 솔직히 지메 씨발
    좃잡고 반성하자 지메
    뭔말인지 알지
    형이 웬만하믄 글안쓴디 안스러워 쓴다 지메 좃들아
    좃잡고 반성해 ~~ 협회야 지메야
  • 하루한끼 2021.12.17 13:53 (*.124.96.43)
    ㅎㅎ그냥 아무것도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문자 하나는 겁나 잘 보내요. 돈 내라고 ㅋㅋ
  • 2021.12.17 09:28 (*.50.12.4)
    으 나 으ㅃ 이 문제
  • 하루한끼 2021.12.17 13:58 (*.124.96.43)
    기존에 있는 매장 바로 딱 붙어 나란히 개똥이가 하나 들어온 곳이 있어요.
    어린 개똥이가 경험 1도 없이 차렸는데
    밖에 나와서 담배 피다가 우연히 옆가게 사장이랑
    눈이 마주쳤나보더라구요.

    기존 사장 입장에서 좋은 표정이 안나갔겠죠.
    눈이 마주친 어린 개똥이 왈~

    "뭘 꼬라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료의식 없는 건 당연하고 이건 뭐 인간의 기본 예절마저 상실했어요.
  • ㅁㄴㅇㄹ 2021.12.17 10:56 (*.199.225.140)
    으ㄸ사장은 조두순급이다
    전국 안경원에 산소호흡기 물게 만들었다
    누가 대가리 께야한다
  • 하루한끼 2021.12.17 13:59 (*.124.96.43)
    우리에겐 정의봉 대신 야스리라는 아주 단단한 무기가 있죠.
  • 베테랑 알콜 2021.12.17 11:10 (*.33.178.90)
    글쓴니마
    당신은 지금 돈을못버는게 아니라
    당신이 잘하는일을 찾지못한거 뿐임
  • 하루한끼 2021.12.17 14:00 (*.124.96.43)
    진심... 짜파게티는 세계 최고로 잘 끓입니다.
    소질있어요.
  • 베테랑 알콜 2021.12.18 09:47 (*.226.208.29)
    진지하지못하군요ㅡㅡ
  • 2021.12.18 10:40 (*.39.162.135)
    베테랑알콜? 취했냐? 진지나머겅ㅗ
  • 00 2021.12.17 11:13 (*.178.168.121)
    글 잘 읽었어요..

    흐름이 매끄럽네요..~~

    정상적인 사고를 하시는 좋은분 같습니다.

    소주 한잔하는, 살아있는, 살아가는, 소소한 행복에 더 신경써보세요..

    성공. 벌이. 매출. 영업. 이런건 그냥 생각지마시고

    그냥 소소한거에 살아있음에.. 소주한잔 기울일수있음에.. 주위에 넉두리 풀어낼 친구한둘있음에..~~

    내려놓고 사세요~~

    노력해서 되는게 아니잖아요~~//

    12월~~ 참.. 거지같네요..

    이건머 어느정도라야 힘들고 짜증도나고도 할텐데..

    바닥도 이런바닥이 없어본지라..이제 없는 달 사라진 달 취급하고 신경도 안쓰고 있네요...

    따뜻한 봄이 오면 다시금 힘내셔셔 매대닦고 유리창닦고 오는손님한분한분 친절히 응대하시고..

    지금은 그냥 쓴 소주한잔 기울이시고.. 마음을 따스히 하세요..

    ^^

    그래도 살아갈만한세상입니다.

    돈벌긴힘들어도 주위에 소소한 즐거움이 많이 있어요..

    그것도 여유가 있어야 보이긴하겠지만.~~ 없는 여유라도 쪼개서..소소한 관심거리 뇌휴식거리 찾아보아요~~

    화이팅!!
  • 하루한끼 2021.12.17 14:01 (*.124.96.43)
    말씀 감사합니다^^
    늘 내려놓고 삽니다.
    그게 저의 유일한 장점이나 나름의 자존심이에요ㅋㅋ

    그런데..솔직히 요즘은 더 내려갈 곳이 없어 맨땅에 헤딩중이라
    대가리가 마이 아푸네요 ㅎㅎ
  • 좋아요 2021.12.17 12:23 (*.122.30.44)
    한끼님 글 감명깊게 보고있는 안경사입니다.
    원칙과 철학을 지켜가는 모습 보고 많이 배웁니다.
    이런분들이 다수를 차지해야 안경업계도 살아날텐데요.
    웃음과 안쓰러움이 교차하는 글 입니다.
    많이 부탁드립니다.^^
  • 하루한끼 2021.12.17 14:03 (*.124.96.43)
    원칙이나 철학까진 아니구요 ㅎㅎ
    그냥 금장으로 개시나 하자 주의에요 ^^
  • 나홀로가게 2021.12.17 12:27 (*.199.238.77)
    하루한끼님 작명 실력이 참 좋으시네요.안경업이 오래전은 이렇게 나쁘지 않았는데 말이죠?매출보고 한숨쉬며 무거운 걸음으로 집에 돌아가면 가족들이 기다리고있어 힘듬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하는 가장의 한숨.요즘 가장의 모습이라고 보여집니다.저 또한 그러고있고요.우리 초짜때는 그래도 나름 바쁘고 장사 잘되는 가게에서 일하고 하던 추억이 있었는데.이제는 가격 무너지고 장사 안되고 정말 힘든 요즘입니다.오래전 초보때가 그립습니다.12월 힘들지만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 하루한끼 2021.12.17 14:07 (*.124.96.43)
    라식,온라인,개똥이와 따라쟁이,오미크론 등등.. 어디 방죽 터진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라서
    발차기로 맞아 다운당한건지 어퍼컷으로 턱이 돌아간건지 암바에 걸려 팔이 꺾인건지 원인 파악이 안돼서 ㅋㅋ

    아... 모든 건 제탓입니다.^^
    제가 좀 성실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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