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린다.
호랑이한테 물린 것도 아닌데 날카로운 송곳니에 물린 듯
몸구석 이곳저곳이 아프고 쓰리다.
물린다.
밥먹고 살기 위해 이골이 나도록 해왔던 일이 물리니,
이젠 목구멍으로 밥을 넘기는 일 조차 물린다.
물린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간의 삶을 지탱해왔던 나의 업을 물리고 또 물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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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조용한 거리를 가득 채운 건
외롭게 늘어 선 점포들의 불빛과 최신식 엘이디 가로등 뿐
차도 사람도 가끔 좌우를 살피며 차도를 능숙하게 건너던 길냥이도 보이질 않는다.
어둠이 깊을 수록 빛이 밝아진다는 말은 거짓된 표현 같다.
자동차 라이트와 경적소리, 오고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마찰과 소음이 있어야
밞음도 밝음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밀려온다.
점포를 지키는 인근 상인들의 낯빛이 겨울밤보다 어둡다.
도로를 비추는 인적 없는 밝음에..
낯선 소름이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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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을 갔더니 컷트비가 올랐다.
중국집에 갔더니 짜장면 값이 올랐다.
치킨을 시켰더니 치킨 값도 올랐다.
어느 한 집이 가격을 올리면 다른 곳도 함께 가격을 올린다.
그렇듯 시장은 담합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시대가 정하는 시세를 따른다.
반면 시세와 관계없이 가격이 유일하게 우하향하는 업종이 하나 있다.
서로 싸게 못줘 안달난 듯 저마진과 노마진을 넘어 역마진을 향한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말도 옛말이다.
손님 뺏어 앞으로 밑지고 뒤로 남기겠다는
천박하고 음흉한 역발상이 너무나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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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전에도 이십년 전에도 성공하는 또라이들은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누가 뭐라해도 가격이었다.
정직한 가격조차 나쁜 가격으로 만들어 버리는 미친 가격.
그때나 지금이나 가격으로 시장을 조지는 인간들은 있어왔지만
그래도 그때는 지금처럼 동시다발적이거나 조직적이지는 않았다.
소비자를 유혹하는 착한 가격.
정말 착한 것일까.
살을 버리고 뼈를 취하겠다는 전략인 듯하니 억지로라도 그 가증스러움을 이해해보려 노력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눈알을 굴려봐도 재수없게 착한 척 하는 착한가격의 비위상함을 피할 길이 없다.
착함에는 언제나 희생이 따르고,
희생은 함께 나눠야 서로 가벼워진다.
하지만 우리네 착함은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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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데이 40%할인..
정상적인 유통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다.
본사보다 더 저렴한 도도매까지.. 왜 우리네 시장은 이리 기형적일까.
소비자로부터 얻는 소매 마진은 박약하거나 거의 없는데
소매들에게 얻어가는 공급자들의 마진은 변함없으니...
이런 앵벌이보다 못한 노예들이 어디있을까.
인근 안경원이 얼마전부터 현수막을 걸었다.
동글이 2만원, 티타늄안경 4만9천원, 다초점 5만원...
그것도 렌즈포함..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한두군데서 하는 짓도 아니니 새삼 놀랄 일도 아니지만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하는거 보니 역시 매장이 여러개라 전략도 투트랙으로 쓰는가 싶었다.
글쎄...
예전 같았으면 화도 나고 대응책도 세우고 했으리라..
코로나 이후 대다수의 자영업이 망가지고
우리 역시 그 화살을 피할 수 없으니 오죽하면 저럴까 싶다가도
그래도 업계에서 나름 먹고 살만한 사람이 이런 엉망진창의 시국에
동네장사하면서 저렇게 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에..
나보다 삶에 대한 에너지가 강한 사람인가 보다 하고 머리를 가볍게 정리했지만..
가뜩이나 나름 단골 많은 오래된 매장도 빈 손으로 들어가 식솔들 보면서 한숨 쉬는 날이 부지기수인데
인근 매장의 불편한 현수막이 걸린 뒤로 장사가 더 안되는 것 같으니
사즉생의 마음으로 평생 감춰왔던 파멸적인 실력(?)을 보여줄까 싶다가도...
이미 차가워진 뇌에 노여움까지 품어야 한다는 씁쓸함과
설렘을 품고 배우고 오픈했던 지난 날들이 함께 오버랩되니..
직업적 회의감과 부끄러움까지 한 데 섞여 이상하고도 번잡한 슬픔이 밀려와
나도 모르게 안구에 습기가 고여버렸다.
20년전에도 공식적으로 책정한 조제가공비가 3만원이 넘었었는데...
물가 따지면... 아이고야...
이 소식을 전해들은 동기들이 협회나 구청에 신고하라는데...
누가 시비건다고 반장이나 담임선생한테 고자질하는 것이 과연 정의일까 하는
고상 염병한 생각도 들고..ㅋㅋ
그냥 렛잇비 하기로 했다.
진짜..
떠날 때가 온건가...
주식도 하한가 안경도 하한가..
'하한가 하한가~ 신나는 노래~~~
나도 한 번 뒈져본다~~~
우후~~~
이런 씨밸~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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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싸게팔아서 안남아서 직원월급도 못줄정도되면 알아서 망하게 되있음
머리도 아무리 싸게 받아도 마음에 안들면 다신 안감
치킨도 아무리 싸다해도 맛없으면 다신 안시켜먹음
짜장면도 마찬가지임
그들도 처음에는 박리다매로 싸게 시작했지만
머리 치킨 짜장면 가격싼곳은 다 망했음 맛없고 머리 못깍아서
안경도 마찬가지임 싸게 판매하는곳들 실력없으면
손님 다신 안가게 되있음
남탓하지말고 본인 실력 길러서 아무리 비싸도 단골들넘치게 만들면 됩니다